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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 그것도 무참히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까지 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에게는 유족으로 아버지와 여동생이 있으며, 현재 피해자는 부검중이라는 사실을 형사들로부터 전해 듣고서는 한참 생각에 빠졌다.
대면시점을 언제로 해야 할지.. 그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호해야 할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 하나밖에 없는 오빠의 죽음..
부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토막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아버지의 심정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피의자가 구속되고 며칠 후, 장례중인 유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초췌한 얼굴로 누군지 의아해하는 여동생에게 먼저 피해자 전담 경찰관임을 소개하며 진심어린 위로를 하자 갑자기 격한 울음을 터트렸다. 한동안 넋을 놓고 있는 여동생을 대하니 마음이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동생은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홀로 사는 아버지 부근에 거주하였고, 떨어져 지내던 오빠는 살갑진 않았지만 정이 많았다고 했다.아들의 시신을 확인 한 아버지는 충격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으로 바깥출입을 전혀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장례비도 빌려서 지불해야 한다는 사정을 듣고 마음이 아려왔다.
유족의 거주지가 타 관할이라 인계를 했었어도 되었지만, 유족인 여동생과 나는 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이어서 왠지 더 마음이 쓰였고 작은 지원이나마 내가 해야겠다는 신념이 생겼다.
대인기피증상이 있는 아버지와 무기력증의 여동생을 상대로 Care요원을 통한 심리 상담을 시작으로 장기적인 지원연계에 나섰다. 관련 서류를 챙겨들고 검찰청 지원실을 수회 방문하며 협의 끝에 장례비, 생활비, 유족구조금으로 약 2.450만원 상당을 확보하고 추후 가해자측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대비하여 공익법무관의 법률자문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었다.
지원절차를 설명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오해가 있어 처음에는 경찰관을 신뢰하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직접 오셔서 설명도 해주니 정말 고맙습니다”는 말에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진정성 있는 10여차례의 전화와 면담 등으로 여동생은 마음의 문을 열고 말한다. 이젠 아버지도 차츰 바깥출입을 하고 있고 자신도 아이와 안정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여자경찰관이라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지원제도가 있는지도 몰라 너무 막막했는데 도움을 주어 고맙다며 나의 손을 잡아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내가 더 고마웠다. 잊혀 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 시기를 잘 극복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오빠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그 의지도 고마웠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나의 사소한 배려를 큰 고마움으로 받아들이는 피해자들을 볼 때 정성을 다해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피해자보호가 경찰의 임무라는 청장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작성: 창서서 청문 정현진 경사
편집: 홍보실 장서연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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