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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여러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고 또 다시 신고를 취소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이 가족의 처벌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지훈이(가명)의 아픔을 알게 된 것도 우리가 흔히 접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가정폭력 사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폭력에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두려움에 떨며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피해 여성은 남편의 보복이 두려웠고 남편의 처벌을 원했습니다.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와 여러 정황들,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인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증언 등으로 사건은 예상했던 것처럼 순리대로 처리되었고 남편은 구속되었으며, 2년6월의 징역형을 받고 마산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피해여성은 남편과의 사이에 3살, 4살의 아들과 전처 소생의 11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폭력피해를 신고하면서 아이들을 버려두고 집을 나와 아이들은 방치된 상태였고, 버려진 아이들 에게는 할머니가 있었으나 병들고 나이 많은 할머니가 3세, 4세, 11세, 3명의 어린 손자들을 양육하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린 두 아이는 아동보호기관의 도움으로 보육시설로 입소하게 되었으며 초등학교 5학년 지훈이(가명)는 할머니와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살았던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할머니가 늦은 나이에 낳은 늦둥이 막내아들인 지훈이의 아버지는 스무살이 될 즈음부터 엄마와 누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그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순탄하게 잘살기를 바랬지만 지훈이가 태어난 지 2개월이 되지 않아 이혼을 하였고 태어난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지훈이를 할머니에게 맡겼습니다. 아들의 순탄하지 못한 삶과 화를 참지 못하는 괴팍함을 알았지만 부모에게 포악을 부리고 폭행을 일삼는 아들이 안타깝기만 할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습니다.
지훈이가 6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다시 결혼을 하였고, 할머니가 아닌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엄마라는 존재는 지성이가 그토록 동경하고 간절하게 그리워했던 꿈속의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새엄마는 아빠가 없을 때는 온갖 트집을 잡아 지훈이를 괴롭혔습니다. 발로 차고 때리고 꼬집고 할퀴고 아빠가 집으로 오면 하지도 않은 거짓말을 꾸며내어 지훈이가 매를 맞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듬해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새엄마의 지훈이에 대한 학대는 더욱더 심해졌고 7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고단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아빠는 언제나 지훈이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새엄마의 거짓말에 속아 심한 매질을 했습니다. 아빠와 엄마의 계속된 학대로 오로지 벌 받지 않고 엄마 아빠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쓰며 살던 11살 지훈이는 아직까지도 이불에 오줌을 싸고 손톱을 물어 뜯는 습관으로 인해 지성이의 손톱은 온전한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불에 오줌을 싸면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어 보지만 또다시 온 몸을 구타당합니다. 이런 날들의 반복 속에 동생은 둘로 늘어났고 그만큼 지훈이가 받는 학대 또한 늘어났습니다.
아빠가 교도소에 가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려 동생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지훈이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훈이는 할머니와 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기만 합니다. 아빠 엄마와 살던 악몽 같았던 날들... 그 시간들의 고통을 지성이가 어떻게 견뎌내었는지 몸 여기저기의 흉터자국이 말해 줍니다. 단칸방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지만 아빠도 새엄마에게도 가기 싫습니다. 아빠와 새엄마에게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때는 아빠와 새엄마를 만날 용기가 생길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지훈이.. 할머니는 11살 지훈이와 살게 되면서 그동안의 학대에 대해 하나둘씩 알게 되었고 지성이가 이틀에 한 번꼴로 이불에 오줌을 싸고 손톱이 자랄새도 없이 이빨로 물어뜯는 불안증세들이 모두 그간의 학대로 인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할머니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 지성이에게 해 줄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눈물을 보이십니다.
지훈이를 양육하는 할머니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원협의체 회의를 개최하여 지성이와 문씨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 회의를 한 끝에 기초수급자로 지정되어 기초수급생활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간간히 할머니께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지훈이의 상태에 대해서 확인하던 중 지훈이가 합기도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기초수급생활비와 할머니의 노령연금으로는 월세를 내고 생활하는 것도 빠듯하여 체육관에 보내 줄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 하는 할머니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범죄피해자 지원 센터 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실오라기라도 잡는다는 마음으로 지훈이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심의결과 지훈이의 안타까운 피해에 대해 그간에 소요된 의료비와 생계비, 장학금을 포함한 추가 특별생계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휴가가 끝나고 출근한 첫날 팩스를 통해 전달받은 지원결과 회신 서류 한 장은 저의 휴가기간 동안의 그 어떤 꿀 휴식보다도 더 달콤했고 비명을 지르지 않고는 못 견딜 놀람과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자식을 낳아 키우고 그 자식에게 매맞고 고통받으며 살다 다시 그 자식의 아들을 키우는 그 분의 마음이 어떠할지.. 그 누구도 그 고통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떤 날은 할머니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내가 말할 수 있는데가 아무데도 없다. 잠깐 왔다가면 안될까?’‘주임님 아니면 누구한테 내 얘기를 하겠노’라며 저를 부를때면 또 큰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습니다. 범피 지원이후 고마운 마음에 김치를 담아놓고 전해줄 방법이 없어 고민하시다가 할 얘기가 있다고 집에 들러달라고 핑계를 대신 것이었는데요..
고마움에 딸에게 주는 마음으로 김치를 담아놓았을 어머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을 수 없는 입장이기에 어머님의 그런 마음을 전해 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작성 : 진해서 여성청소년과 심소영 경위
편집 : 홍보실 장서연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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