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경찰서 SPO 조영석 경사와 홍춘수 경사>
제가 3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한 보육원에 맡겨졌고, 엄격한 보육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ㅇㅇ에 자취방을 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곧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저와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냥저냥 살았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단짝친구와 공원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중학교 선배를 만났습니다.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선배에게 “그렇게 보지마세요. 기분 나빠요” 라고 표현도 했었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욕과 주먹이 먼저 나갔습니다.
파출소에서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 미안한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젠 벌을 받겠지…어차피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니까 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곧 선배의 어머니가 오셨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애도 저 아이도, 잘못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요… 갑자기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렀습니다.
미안합니다… 똑바로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건 이후 며칠 뒤, 저를 만나고 싶다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자기를 SPO(학교폭력전담경찰관)라고 소개하며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와도 얘기를 마쳤고 오늘부터 당신이 저의 멘토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 아니, 좀 불쾌했습니다.
저를 도와준다고 하며 저녁 9시 이후의 일과를 보고하라고도 했고… 멘토가 어떤 건지 잘 몰랐지만 꼭 감시 받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다른 어른들과 달랐습니다. 저를 보채지도 않았고 밀어 붙이지도 않았습니다.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츰 아저씨께 말하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건 어떨까?” 통보가 아닌 제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은 하고 싶어요. 근데 가서 동생들한테 무시 받으면서 다니긴 싫어요.” 아저씨는 알겠다며 제게 검정고시를 권유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당일을 하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열정만으로는 힘든 일이었습니다. 함양군청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배려로 인강을 들었지만 졸기 일쑤인 저에게 아저씨는 단 한 번도 꾸짖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찰관아저씨는 ‘위기가정통보서’를 작성해주거나 우리 집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게 무슨 제도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저도 아저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진이와 함양경찰서 SPO가 주고 받은 카톡내용>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부러웠지만, 나는 저들과 다른, 아니 틀린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을 달리지지 않을 거라고 이렇게 밑바닥에서 지낼 거라고 단정 지은 채 살았습니다. 그런 저를, 선배를 때리고 욕한 저를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욕이 아닌 용서를 하는 선배의 어머니, 난생 처음 보는 절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시는 경찰관 아저씨
학교를 가기 싫다고 거절하니,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일이 힘들어서 공부를 못하니 일자리를 바꿔준답니다. 이들은, 나를 버리지 않고, 왜 도와주는걸까?
나를 도와주면, 기쁜가…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으렵니다. 절 믿어준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 같습니다.
내년에 검정고시에 최종합격을 하면 저도 이제 남들처럼 대학도 다닐 수 있고, 좀 더 좋은 직장에도 다닐 수 있고 가정도 꾸릴 수 있겠지요. 남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청소년은 지역사회의 미래입니다. 하지만 매년 6만 여명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사회와의 단절과 낙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은 누적 28만명으로 이들이 비행에 가담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은 11조 5,9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남 경찰청은 꿈을 잃은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청소년 선도와 더불어, 전문기관과 연계해 종합적 체계적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황하는 청소년, 지금 꿈을 포기하기엔 청춘이 너무 아깝습니다.
이제 고민말고, 두드려 주세요, 경남경찰은 언제든지 열려있고, 여러분의 꿈을 영원히 응원합니다!
취재: 홍보담당관실 이미지 경사
|
